녹슬지 않는다…루미컴 '탄소섬유 가로등'

입력 2021-09-01 18:06   수정 2021-09-02 01:38

가로등의 조명 부분을 감싸고 있는 콩나물 모양의 알루미늄 ‘외함(하우징)’의 수명은 보통 5~10년 정도에 불과하다. 가로등에 앉는 비둘기나 갈매기의 강산성 배설물로 부식되는 탓이다. 겨울에 뿌렸다가 증발하는 염화칼슘이나 염분이 섞인 바닷가의 해풍도 하우징에 영향을 미친다.

전북 전주시 팔복산업단지에 있는 LED(발광다이오드) 조명 제조업체 루미컴은 이 같은 한계가 있는 알루미늄 가로등을 대체할 수 있는 ‘탄소섬유 LED 가로등’을 개발한 회사다. 이복수 루미컴 대표(사진)는 “3년간의 연구 끝에 작년 8월 탄소섬유로 만든 외함 가로등 개발에 성공했다”며 “수명이 반영구적이어서 가로등 설치나 교체에 들어가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예산을 크게 절감할 수 있는 친환경 제품”이라고 말했다.

루미컴의 탄소섬유 LED 가로등의 하우징은 부식에 강하다는 것이 최대 장점으로 꼽힌다. 부경대 산학협력단 LED-해양 융합기술 연구센터에 따르면 240시간 염소 분무 시험 결과 알루미늄 하우징은 부식이 발생했지만 탄소섬유 하우징은 전혀 영향이 없었다.

무게도 가볍다. 탄소섬유 하우징 무게는 150W(와트) 기준 4.5㎏ 정도다. 기존 아연도금 알루미늄 및 스테인리스 하우징(6.5~9.8㎏)의 최대 절반 수준이다. 자동차융합기술원 시험 결과 인장 강도는 알루미늄 하우징보다 평균 30.5MPa(메가파스칼)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 칩을 내장해 주변 일조량에 따라 조도(照度)가 자동 조절되는 기능도 갖추고 있다. 일출·일몰에 따라 가로등이 켜지고 꺼지면서 전력을 절감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 대표가 탄소섬유 가로등 개발에 나선 건 탄소섬유 연구·제조의 메카로 꼽히는 일본 이시카와현의 탄소섬유 전시회를 방문한 것이 계기가 됐다. 탄소섬유는 무게가 철의 4분의 1이지만 강도는 10배 높아 ‘꿈의 소재’로 불린다. 루미컴이 있는 전주시도 2006년부터 탄소산업을 지역경제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육성하고 있다. 이 대표는 전주시의 지원을 받아 2017년부터 기존 LED 사업과 연계한 탄소섬유 제품 개발에 뛰어들었다.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지난해 8월 탄소섬유 LED 가로등 하우징 개발에 성공했다.

이 대표는 “지자체마다 부식이 진행된 가로등 하우징을 교체하는 데 들어가는 예산만 적게는 수억원에 이른다”며 “최소 30년 이상 사용할 수 있는 탄소섬유 하우징을 활용하면 전국적으로 정부 예산이 크게 절감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2004년 설립된 루미컴은 TV, 셋톱박스에 들어가는 적외선 수신장치(IR리시버) 제조로 사업을 시작했다. 2010년에는 300만불 수출탑을 수상했다. 2015년엔 깜박임 없는 ‘플리커 프리(Flicker Free)’ LED를 개발했다. 2016년 10월 한국경제신문사가 주관한 ‘이달의 으뜸중기’ 업체로 선정되기도 했다.

루미컴의 탄소섬유 LED 가로등은 지난해 전주시를 시작으로 무주군, 장수군 등에 설치됐다. 루미컴은 해풍이 강한 새만금 방조제 일대에도 탄소섬유 가로등을 설치하는 방안을 새만금관리청과 논의 중이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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